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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버지를 살해하고 1년만에 출소한 딸

G 리신외발 0 566 2020.05.06 18:10


강도가 들어서 우리 아버지를 칼로 찔렀어요!"

1992년 1월 17일 자정 무렵. 충북 충주시 한 가정집에서 다급한 신고 전화가 걸려왔다.

경찰이 출동했을 때 강도는 이미 달아난 상태였다.

 

아버지라는 중년의 남성은 여러 군데 칼에 찔린 채 피투성이가 돼 방에 쓰러져 있었다.

신고자는 당시 스무 살 대학생 딸이었다.

아버지와 달리 손끝 하나 다치지 않은 딸은 "아버지와 한방에서 자다가 강도를 당했다"고 진술했다.

 

딸은 멀쩡한데, 아버지만 죽었다?

담당 경찰은 의문을 품는다.

 

다 큰 딸과 아버지가 한방에서 한 이불을 덮고 잔다니.

거기다 알고 보니 사망한 아버지는 딸의 친부가 아닌 의붓아버지였다.

미심쩍은 기분을 느낀 경찰관은 딸에게 슬쩍 이런 말을 던졌다고 한다.

 

"방금 병원 응급실 가서 너희 아버지 봤는데, 살아있더라?"

딸의 반응은 즉각적이었다.

"안 돼!!"

"다행이다"나 "하나님 감사합니다"가 아닌 "안 돼"였다.

 

스무 살 대학생 김보은 양은 그렇게 살인범으로 경찰에 체포된다.

그런데 무려 22명에 달하는 변호사가 살인범 김 양의 무죄를 이끌어내기 위해 자진해 나섰다.

대체 왜일까.

 

김 양이 9살일 때, 김 양의 친어머니가 재혼했다.

새아버지 김모 씨는 곧바로 어린 양딸을 성폭행하기 시작했다.

강간은 12년 동안 이어진다.

강간하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았다.

당시 김 양은 진술에서 "아버지는 친어머니와 나를 같이 눕혀놓고 번갈아 성행위를 하기도 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짐승만도 못한 작태였다.

 

그런 의붓아버지의 직장은 검찰이었다.

김 양이 경찰에 아버지를 성폭행범으로 신고한 적도 있었다.

집으로 찾아온 경찰은 검찰 관계자인 의붓아버지를 보고 꾸벅 인사만 한 후 돌아갔다.

김 양과 어머니는 깊게 절망했다. 악마의 손에서 영영 벗어날 수 없다고 느꼈다.

 

실제 이후 심리학자가 모녀의 심리를 분석한 결과 이들의 심리상태는 고대 노예와 똑같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 상태에서 시간은 속수무책으로 흘러간다.

 

김 양은 대학생이 됐고, CC(캠퍼스 커플) 남자친구도 생겼다.

이런 가운데 갈수록 의붓아버지 김씨의 집착은 더욱 심해졌다.

 

고통받던 김 양은 결국 남자친구 김진관(당시 21세) 군에게 모든 사실을 털어놓는다.

감당하기 힘든 진실에 김 군은 군대에 입대하려고 입영 신청까지 했다고 전해진다.

처음에는 직접 의붓아버지 김씨를 찾아가 교제를 허락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붓아버지는 "가만두지 않겠다. 둘 다 죽여버리겠다"며 오히려 겁박했고,

분노와 좌절, 오랜 고민 끝에 김 군은 결국 여자친구를 위해 의붓아버지를 살해하기로 결심한다.

 

그렇게 김 양과 김 군, 어린 연인은 함께 술에 취해 잠들어있던 의붓아버지이자 근친 강간범인 김씨를 살해한다.

사건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불러왔다.

여론은 김 양과 김 군을 향한 동정론으로 가득했다.

두 사람이 법정에서 한 말 또한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다.

 

"어머니 다음으로 사랑하는 보은이가 무참하게 짓밟히는 것을 알고도

나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걸 느낄 때마다 죽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김진관-

 

"저 때문에 진관이가... 제가 벌을 받을 테니 진관이를 선처해 주세요"

-김보은- 

 

이후 대법원은 남자친구 김 군에게는 징역 5년을,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김 양에게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다음 해 두 사람은 특별사면 형식으로 감형받고 출소한다.

 

1994년 '성폭력 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의 제정에 큰 영향을 준 김보은 양 사건.

김 양은 당시 법정에서 다음과 같은 진술을 남긴다.

 

"구속된 후 감옥에서 보낸 시간이 지금까지 살아온 20년보다 훨씬 편안했습니다.  

밤이란 시간이 이렇게 아름답다는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더 이상 밤새도록 짐승에게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기 때문입니다"  

새아버지를 살해하고 1년만에 출소한 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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