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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에서 고농도 미세먼지 비상 대책으로 내놓은 공기 정화 시설 설치 계획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서해상에서 실시한 미세먼지를 씻어내는 인공강우 실험처럼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10일 환경부에 따르면 올해 5~12월 도심 미세먼지 정화설비 개발 공모사업을 실시하고, 사업을 통해 만든 미세먼지 제거 시설을 학교, 공공건물 옥상, 지하철 환풍구 등 도심 빈 공간에 일정 간격으로 설치할 계획이다. 처리 용량은 시간당 40만㎥ 이상이며, 크기는 소형으로 권장했다. 주변 초미세먼지(PM 2.5)를 70% 이상 줄이는 것이 개발 목표다. 대당 설치 비용은 1~2억원 정도로 잡고 있다.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조명래 환경부 장관은 “전문가 검토에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형 공기정화기를 상용화한다면 해외 수출을 통해 국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전에 해외에서 시도된 공기정화시설의 저감 효과는 미흡했다. 세계 최대 규모인 중국 시안의 높이 60m 초대형 공기정화탑은 근처 10㎢ 안에서 PM 2.5 농도를 15% 정도 줄이는 효과가 있었다고 중국과학원에서는 밝혔다. 하지만 차지하는 면적이 축구장 절반이어서 도심 설치가 어려운데다 처리 용량도 시간당 40만㎥로 실질적인 효과가 크진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그나마 도심에 맞는 사례가 네덜란드 디자이너 단 로세하르데의 ‘스모그 프리 타워(Smog free tower)’이다. 높이 7m의 타워가 정전기로 공기 중에 먼지를 잡아낸 뒤 걸러내서 맑은 공기를 배출하는 원리다. 전기주전자 한 대 수준의 전기(1170W)를 소비해 시간당 3만㎥의 공기를 걸러낼 수 있다. 네덜란드 에인트호번대학의 기술 검증 결과에 따르면, 개방된 공간의 바람이 불지 않는 조건에서 반경 10m 범위의 미세먼지(PM 10)를 45%, PM 2.5는 25%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기 정화 범위의 높이도 사람키인 1.8m 정도이며, 실제 야외에서 바람까지 불 경우 효과는 더 떨어진다.
로세하르데는 “진정한 아름다움은 루이비통백이나 페라리가 아닌 맑은 공기와 깨끗한 에너지”라고 홈페이지에 밝히고 있다. 타워에서 모은 미세먼지로는 ‘스모그 프리 링’이라는 반지를 만드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으며, 오염된 공기를 정화하는 자전거인 ‘스모그 프리 바이시클’도 개발 중이다. 실제로는 맑은 공기의 중요성을 상기하는 캠페인 성격이 강한 편이다.
환경부에선 ‘한국형’ 도심 공기청정기를 새로 만드는 것이라 앞으로 사업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지난 1월에도 고농도 미세먼지로 여론이 들끓자 갑작스럽게 미세먼지 저감 효과 분석을 추가해 실시한 인공강우 실험처럼 보여주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경단체 환경정의는 성명을 통해 “여론 눈치를 보는 보여주기식 대책은 그만해야 한다”면서 “이해관계자의 의견에 갈팡질팡하기 보다는 국외 문제와 달리 상대적으로 해결이 가능한 석탄발전, 노후경유차 등 국내 발생원부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상적 관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