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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2년차로서 지금 오락실, PC방, 출판업 및 인쇄업, 종교시설, 과 서무 맡고 있다.
(매우 다행히도 우리 지자체는 노래연습장과 노래방이 위생 부서 담당이다)
그동안 솔찬히 느낀 지방 일행의 문제점을 갑자기 삘받아서 적어본다
일행으로서 피할 수 없는 문제점인 (공통), 거기다가 시골이면 추가될 수 있는 문제점으로 나누어봤다
(공통) 인사의 문제와 편의점만도 못한 인수인계
근본적으로 지방직 일반행정의 문제는
지방자치단체에서 공공서비스라는 이름 하에 제공하는 오만 잡일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이다.
청사의 실과부서, 읍면동사무소 그 어느 곳에도 일반행정 공무원이 없는 곳이 없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걸 모른다. 까놓고 말해서 본인도 일반행정 공무원이 주말에 산불 나면 출동해서 꺼야 된다는 거 몰랐다.
그 정도도 모르고 들어와서 별 개고생을 다하는 것까진 그래도 괜찮다.
애초에 '공무원 = 등본셔틀' 정도로밖에 생각 안하고 안이하게 들어온 나도 잘한 것도 억울할 것도 없다.
문제는, 그렇게 모르는 일 익숙해질려고 하면 인사 시즌 때 인사발령이 다른 데로 나는 것에 있다.
솔직히 인사발령이란 걸 안낼 순 없다. 막말로 등본 발급 업무로 입직해서 인사가 안 나면 평생 등본 발급만 해야 된다.
그건 지자체나 본인한테나 좋을 게 없다.
그런데 인간은 솔직히 성악설이 맞아서, 인사철에 자기가 인사가 나게 되면 지금까지 고생한 거에 대해 보상심리가 발현된다.
그러면 문제가
인수인계를 안하고 간다.
애초에 전문 지식을 가지지도 않고 떠맡다시피 한 일이, 민원이나 야근 등으로 도저히 애정이 안 붙는 일들이
내 일이 더 이상 아니게 될 수도 있다고 하면,
그 순간 사람은 마음이 떠난다.
이건 그 사람보고 무책임하다고 욕할 수 있는 영역의 문제가 아니다.
헛점은,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인사로 인해 생길 수 밖에 없는 업무 공백에 대해 놀라우리만치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인수인계에 대해 최소한의 예규나 지침, 인수인계 안 할 시 불이익을 주는 지자체는 내가 아는 한 전국에 한 군데도 없다.
인수인계를 안 하고 떠나도, 그래서 내 자리에 올 사람이 암만 개고생할 게 눈에 뻔히 보여도,
인사가 나고 새로 간 곳에 적응만 잘하면 나는 인사가 난 직후 책임감 있는 공무원으로서 부족함 없이 일 잘하는 거다.
그리고 내 자리에 온 사람이 전화만 안하면(물론 안 올 린 없다) 전에 있던 곳 업무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인수인계를 안 하고 간 건 양반이고, 꼭 해야 할 일인데 안해놓고 가서 아무것도 모르고 업무 맡은 사람이 징계먹는 경우도 허다하다.
내가 있는 곳만 해도 인수인계 한다고 자료 만들려고 하면
'고생하면서 배우는 건데 만들어 봤자 그거 완벽히 걔가 따라하냐? ㅈㄹ말고 회식이나 와라'
이런 식으로 인수인계를 ㅈ도 신경 안쓰는 문화가 만연하다.
태클 걸 부분이 너무 많은 말이다. 다 떠나서, 고생하면서 배우는 중에
'내 일을 미숙하게 처리해주는 공무원을 보면서 민원인이 느끼는 당혹감'은 전혀 저 말에서 고려되지 않는다.
근데, 진짜 장담하건대, 현재 전국 지자체 공무원들의 90%는 저 마인드다.
모르면 전화해서 물어보면 되는 거고, 어차피 일하면서 처음엔 힘들어도 조금만 있으면 익숙해질 건데 뭐가 문제냐는 식.
이건 절대 문제가 아닌 게 아니다.
절대 줄어들지 않고 늘어나는 공공서비스의 영역
솔직히 서울이라고 다르겠냐마는,
'공무원이 그것도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은 항상 느낄 거다.
그리고 현직에 있다보면 느낄 수밖에 없다. 공무원이 직간접적으로 해야 할 일은 줄어들지 않는다.
나는 문화XX과에 있으면서(지자체마다 문화체육과, 문화예술과, 문화관광과 등 이름은 대동소이하다)
PC방 일을 내가 왜 해야 되는지 아직도 이해를 못하고 있다. 근데 이미 내 전임자가 그걸 하고 있었다.
'천연기념물의 사체 처리'를 어디서 해야 할지에 대해서도, 환경위생과와 생태농업과가 싸우다가
'천연기념물'이 문화재 업무에 들어가 있다고 해서 합심해서 우리 쪽으로 토스해 버렸다.
발령날 부서의 이름이 구체적이지 않고 포괄적이면 포괄적일수록 그 부서의 업무량은 비례한다.
이런 건 그래도 내부에서 알력싸움하는 수준이라서 이해할 수 있다 쳐도,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이 뭔가 자기 이력에 하나를 추가해야 된다고 생각해서
갑자기 선거 때 공약에도 없었던 체육센터를 교통량도 X도 없는 오지에 갑자기 건립하라고 지시하면,
그리고 그런 게 생겨서 나쁠 게 없는 오지 주민들이 피켓을 들고 청사 앞에서 시위하면,
완전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지는 거다.
선출직은 절대 공무원 편이 아니고, 또한 주민들이 지방의회 의원에다 땅값 올려볼려고
여기는 이런 거 지어야 한다면서 말 좀 해달라고 하면,
의원들은 자기들이 의회에서 해야 할 말이 있어야 되고 일한다는 말을 들어야 하기 때문에 공무원에게 그대로 요구한다.
그리고 공무원이 이렇게 일이 늘어난다고 해도,
공무원은 택배노동자처럼 '이렇게 일할 순 없다!'라고 파업하거나 쟁의할 수도 없다.(법이 그렇고, 사회 인식이 그렇다.)
결국 야금야금 공무원이 해야 할 일은 늘어난다.
민원인이 공무원 생각하는 꼬라지
나는 진심으로, 지방직 공무원을 버티면서 할 정도면 이미 유능한 사무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2년 남짓 일해보고 겪어보기로 공무원 일은 엄청나게 전산화되어있고 시스템화되어 있으며,
그에 걸맞는 컴퓨터 지식이 따른다. 내가 가재는 개편이라고 궁디팡팡하는 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업무를 왕창 떠맡고 그걸 어떻게든 적응하면서 컴퓨터로 사무를 쳐내고 진행하는 건
절대로 세금 먹는 하마 뭐 이딴 마인드로 해낼 수 없다. 공무원 시험은, 진짜로 공무원 실무 비하면 학예회 수준이다.
진실로 이 글을 빌어 말하고 싶은데, 2020년대에 지방직 일반행정 공무원을 하는 여러분 모두는
이미 사무 직종에 한해서는 사회 어디에 진출해도 남부럽지 않은 A급 인재다.
사회의 근로 문화나 강도는 논외로 치더라도, 근로 난이도는 공무원이 절대 사기업보다 단순하거나 쉽지 않다.
하지만 다른 직렬도 아니고 '전직 일반행정 공무원'이면, 이 헬조선 인력시장에서 절대 높게 평가되지 않는다.
사회가 공무원이 어디까지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알려 하지 않는 것이 원인이지만,
사회에서 공무원을 보는 시각은 딱 '월급루팡', '세금도둑', '천룡인' 이다.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 사회에서도 공공연히, 자조적으로 하는 말이
'OO아 힘드냐? 사회는 이거보다 더 힘들다. 이거 때려쳐도 할 거 없다'
이거다. 이 말은 추노 마렵고 의원면직 마려운 신규 공무원들에게 차석이나 계장님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 하나일 거다.
(그리고, 만약 글을 읽고 있는 당신 계장님이 일을 못하면,
그 분은 분명 마음 속으로 뼈저리게 저렇게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이악물고 그 자리까지 간 거다.)
그리고 그런 사회의 시선을 그대로 표현하는 게 민원인들이다.
'내가 이 지역을 안 뜨고 지키고 있으니 난 여길 지키는 만큼 더 대우받고 대접받아야 된다'
'공무원들은 내 세금으로 호의호식하는 무능력한 도둑놈새끼들이다'
'내가 뭘 할려면 이 공무원한테 다소 무리하고 부담되는 요구를 해야 하지만,
내가 세금으로 먹여살리기 때문에 그 정도는 나한테 해주는 게 도리다(?)'
지방 고인물들이 이런 마인드를 장착하고 민원을 갖고 들어오는 순간,
계장이나 과장은 지방의 장에게 민원 안해준단 소리가 들어가면 안되고, 지방의 장은 자기 재선 삼선 표를 관리해야 한다.
결국 담당 공무원은 안되는 걸 안되면서 계장과 민원인에게 몰아세워져서 그 일을 해준다.
한번 해준 비위 행정 두번은 못하겠는가? 비위는 곳곳에서 터진다.
그렇게 비위가 누적되다가 가끔씩 공영방송이나 YTN 같은 곳에서 'OO시 공무원 비리....'같은 헤드라인이 터지지만
이쯤되면 민원인이 오히려 당당하다. '지방에서 이럴 수도 있지 별 수 있나... 사람 일이 어떻게 법 다 지키고 되나'
그리고 시험을 두번 칠 자신이 있는,
진짜 공부 잘하고 유능한데 이런 일을 겪은 공무원은 의원면직한다.
그가 자신과 조직과 민원인에게 위에 적힌 모든 걸 부정하고
'이거 아니면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아니다'
라고 증명할 방법은 떠나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펌) 현직 공무원이 쓴 새로 들어온 똑똑한 신규들이 사표내고 자꾸 떠나는 이유